우리 회사 로고가 폰트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증명*⚠️이 날아왔어요!

*보낸 사람이 누구에게, 언제, 이런 내용을 보냈다는 걸 우체국장이 증명하는 문서예요. 

심지어 우리 회사로 찾아와서 조사하겠다며, 빨리 합의금을 달라네요.

😣: 아무래도 저작권을 침해한 게 맞는 것 같은데, 대응이 늦어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겠죠? 에휴, 그냥 합의금 주고 말까봐요.

✋ 앗, 잠깐만 기다려요! 합의할 때 하더라도, 일단 확인은 하고 넘어가자구요!

오늘 준비한 로스규이🍖를 소화하면, 눈👀 뜬 채로 코👃 베이지 않을 수 있답니다.

그럼, 맛보러 가볼까요?

🍖 로스규이에서 오늘은 ‘폰트 저작권© 침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드려요.

• 저작권 침해 vs. 이용약관 위반
• 외주 업체가 저작권을 침해한 거라면?
•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 대처방법을 알려드려요!

오늘은 소화를 돕기 위해 에피타이저🥗를 준비했어요!

폰트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게 정확하게 뭐야?

정확히 말하면 ‘폰트'그 자체가 아니라 '폰트 파일’이 주인공이에요. 대법원은 글자의 도안인 ‘폰트'는 저작물이 아니지만, ‘폰트 파일'은 만든 사람의 개성이 들어갔기 때문에 저작물이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저작물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저작권은 자동으로 생겨요. 그래서 따로 저작권 표시©가 없어도, 만든 사람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된답니다. 

예를 들어 '로스규이체' 폰트가 있다고 해 볼게요. 저작권자에게 사용 허락을 받지 못했지만, 이 폰트로 로고를 만들었어요. 허락받지 않고 사용하면 무조건 저작권 침해일까요? 

잠깐! 다운로드 할 때, 폰트 파일의 용도를 확인했나요?

로스규이체 폰트 파일의 이용 용도가 아래 두 가지라고 가정해 볼게요. 

비업무적 용도로 쓸 거라는 허락을 받았으니까, 무단으로 사용한 건 아니어서 저작권을 침해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폰트를 비업무적 용도로'만' 쓸 거라고 약속한 이용약관을 위반한 게 되는거죠.

이용약관을 어기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어요. 굳이 쓸 필요 없는 돈을 쓰게 될 수 있으니, 다운로드한 폰트 파일 용도가 어디까지인지 꼭 먼저 확인하세요!

외주 맡긴 업체가 저작권을 침해했나봐! 우리 책임도 있나?

외주 업체가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한 걸 미리 알고 있던 것도 아니고,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걸 적극적으로 도운 것도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걱정 마세요! 님이 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요. 외주 업체랑 님의 회사는 별개거든요.

허락받은 폰트를 웹 사이트나 게임 앱에 쓰는건 괜찮지?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폰트 파일을 이용해서 로고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주의할 점이 있어요.

인터넷 홈페이지나 게임 앱📱을 만들 때 폰트 파일은 인터넷 서버에 저장이 돼요. 이것은 무단 복제 행위로, 그 자체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 된답니다. 게다가 때로는 게임 앱 실행을 위해 이용자가 저장된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 하기도 하는데요, 이것 역시 무단 배포로 저작권 침해 행위가 돼요

저작권자가 폰트 파일의 사용을 허락할 때, 이걸 복제하고 배포하는 걸 허용한 건 아니에요. 내가 의도한 건 아니어도 저작권 침해 행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이러면 안 돼요! 🙅

•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바로 합의금💵 지급하기
• 저작권 회사가 님 회사에 직접 찾아와서 조사하겠다는 것에 응하기

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증명은 ‘이날까지 합의 안해주면 너 완전 큰일나! 고소한다?’ 라며 겁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형사 고소하면 저작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이기도 하죠.

하지만 저작권 회사가 지적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경우가 다반사인데다가, 충분히 상황을 검토해서 반박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도 늦지 않답니다.

🖋 답변을 늦게 보낸 걸로 꼬투리 잡힐까봐 걱정이 되신다고요?

그러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이날까지 답변 보내드리겠다'고 먼저 답장한 후에, 자세한 답변은 검토하고 나중에 보낼 수도 있어요.

요즘은 저작권 회사가 직접 회사에 찾아와서 조사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해요. 왜 으름장이냐구요? 경찰이나 검찰마저도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기업이 영장도 없이 남의 회사를 조사할 수 있을리가요. 저작권 회사가 찾아와서 조사해도 된다는 계약을 사전에 맺은 게 아닌 이상에야 현장 조사에 응할 필요는 없어요.

✍ 영장? 압수⋅수색?

드라마를 보면 검찰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온갖 문서와 데스크탑을 압수🚔👮하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법원에서 받은 '영장'📃을 보여준 후에야 압수한답니다.

누구나 강제로 자신이 수사하고 싶은 사람을 가둘 수 있고(=체포, 구속) 물건을 뺏고 탐색하고 살펴볼 수 있다면(=압수, 수색, 검증) 그 누구도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없을 거예요.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래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사건에 관련된 물건만, 그것도 엄격한 절차를 거쳐 법원의 허락(=영장)하에 압수할 수 있도록 해 두었어요(제219조, 제106조). 그러니, 저작권 회사가 찾아와 마음대로 조사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요구🤷인지 아시겠죠?

물론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님이 저작권 침해를 한 게 아닌데도 합의금을 줄 필요는 없답니다. 혹시라도 이런 내용증명이 날아오면, 오늘 먹은 로스규이를 잘 소화해서 써먹으시길 바라요!

이번 레터는 법무법인 미션 박진우 변호사님의 칼럼을 재가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