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칼에 거절하셨죠. 돈이 당장 급하지 않다며 거절하셨어요.

그때부터 3~4개월 그냥 도와드렸어요.

무상으로 째깍악어 사업 컨설팅을 해드리면서 정부 지원사업 사업계획서 작성도 3~4개월 정도 도와드렸죠. 마침 운 좋게 함께 준비했던 정부 지원사업들에 합격했어요. 마침내 째깍악어 대표님으로부터 앞으로 투자도 더 받고, 사업을 키우고 싶은데 미국 생활을 접고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죠.

네, 사실 그때 저는 곧 영주권을 받기 직전이기도 해서 고민을 많이 했죠. 

삶이 끝날 때, 째깍악어 합류하지 않은 걸 후회할 것 같았어요.

보스턴에 출장을 가던 중이었는데,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급정거를 했어요. 뒤를 돌아보니 트럭 한 대가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제 차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사고가 날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5초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는 않았고, 딱 하나 생각나더라구요. “째깍악어에 합류해 볼걸.” 하고요. 

80명 넘는 투자자를 만났어요. 콜드콜은 아니었고 주로 소개로요.

HGI가 기관투자자로 있다 보니, 주로 소개로 만났어요. 기존 투자자분들이 소개해 주시고, 그다음 라운드에 투자자가 들어오면, 그만큼 또 레퍼런스가 늘어났죠.

🍖IR도 직접 해보셨다고 들었는데, IR하면서 부정적인 피드백도 받아 보셨나요?

엄청 많았죠. 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엄청 많았어요. 아까 80곳 이상 만났다 그랬잖아요. 그러면 다양한 형태로 거절을 하세요.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하다든가, 플랫폼으로서 관리의 어려움이라든가. 그 밖에도 다양하죠. 교육과 보육은 출산율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니까 출산율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있어서는 사업이 어렵지 않는가까지요.

부정적인 피드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회사나 산업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거나. 둘째, 정말 관심이 많아서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해 왔거나. 후자의 경우는 투자의 진행 여부와는 별개로 오히려 감사하죠. 우리 입장에서는 단단해질 수 있으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서도 시간을 내서 IR 자리를 함께하는 건데, 피드백을 하는 건 회사에 흠집 내려고 하거나 공격하려고 한다기보다는 리스크를 매니지하려고 하는 질문이고요.

🍖그럼 그런 부정적 피드백에 대응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대표자와 IR 참석자의 매력? 그리고 팁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아카이브 하는 것!

부정적인 피드백 상황에서 침착하게 잘 답변하면 더 드라마틱하게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 같아요. 심사역도 사람이고, 내부에 돌아가서 투자심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팀과 소통을 해야 하잖아요. 부정적인 질문을 잘 헤치고 나가서 좋은 결과를 받은 적도 많아요. 오히려 “너무 좋네요”라고 하면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구요. (관심이 없으면 더 날카로운 질문을 안 하고 최대한 분위기 좋게 마무리하려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째깍악어는 부정적인 피드백들을 모아서, 그리고 저희의 답변을 더해서 Q&A 시트를 제공했어요. 투자자들은 피드백을 하기 전에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죠. 성공적인 IR이 이뤄지는 비법이에요.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계약서 사전 동의 사항에 "~억 이상 자산 취득"이 있었는데, 꽤 애를 먹었어요.

자산 대비 비율이 아닌 금액으로 동의권 기준을 정하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회사가 스케일업을 하다 보면 금방 금액 기준을 넘어서는 일들이 많아요. 파일럿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해 보려 한다던가 하면 주주가 늘어날수록 서면동의의 행정적 부담도 커지구요. 전체 자산 총계의 몇%로 정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입니다.

해당 투자자의 담당 심사역이 내부를 설득할 만한 근거를 제공했죠. 그땐 투자확약서를 제시했어요.

담당 심사역의 반대 입장도 이해되었어요. 특히 해당 투자자 같은 규모가 있는 VC의 경우 투자 후 엄격한 관리 절차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서면동의서에 결재를 받는 일도 내부의 상급자들을 납득시켜야 하거든요. 심사역 주도로 투자를 진행한 건인데,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돈을 쓴다고 하면 본인이 설명을 해야 하잖아요. 윗선에서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니 큰 방향 전환은 부담스러울 수 있죠.

그래서 그분이 내부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준비해 드리려고 노력했어요. 계획에 없었던 IR을 돌면서 새 투자자를 확보했고, 투자확약서를 제시했어요. “이 돈을 쓰지만, 더 많은 돈이 들어올 예정이다. 걱정 없이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지지해 달라”고 이야기했고, 결국 동의를 받았죠.

신주 발행 과정에서 사이가 나빠진 투자자가 사전 동의권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들었어요.

이해관계자가 여럿이다 보니 M&A에 모두가 찬성하는데, 일부 투자자들이 탐탁지 않아서 조건을 조절하면서 차일피일 동의를 미루다가 회사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도 보았어요. 심지어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면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사전 동의권에 동의를 안 해주는 거예요.

악의적인 훼방의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도 꽤 봤어요. 사실 이 경우 이 정도로 관계가 어긋났다면 피투자사도 투자자 관리를 제대로 안 해왔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는 동의권에 대한 쟁점도 결국 투자자와 피투자자 간의 소통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드업, 그리고 심사역과 팀플레이하는 게 중요해요.

투자자 소통에 에너지가 많이 들긴 해요. 결정사항에 대해 서면으로만 통지하면 투자자들이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배경 설명을 위해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려야 하고, 각 회사별 공문 양식과 보고 양식에 맞춰 자료 준비를 할 때도 있구요. 주주가 20명 정도 되면 경영지원이나 재무팀에서 0.5명의 인력 정도는 사전 동의 소통에만 투입될 정도로요.

그래서 소통은 미리미리 하면 리스크가 줄어요. 사업 초기부터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습관화해야 하는 것 같아요. 투자사가 깜짝 놀라지 않도록 잘 빌드업을 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큰 결정을 하기 전 파일럿을 하면서 그 성과를 분석하여 미리미리 다가올 변화의 계획을 알린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째깍악어는 사업 초기부터 매월 KPI, P&L, B2B 성과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월례 주주서한을 발송하는데요. 의무는 아니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의 한 달은 웬만한 회사의 반년과도 같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사역의 경우 내부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논리적인 흐름을 갖춘 공문도 도움이 되죠. 에너지는 많이 쓰이지만, 투자사들이 요청하는 자료를 잘 준비해서 공유할 필요가 있어요. 심사역 분들 모두 바쁘신 분들입니다. 함께 힘을 합쳐서 도와드려야 해요.

저도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요. 이렇게 밀도 높은 경험을 해내시는 창업가, 투자자 여러분 모두 존경합니다. 내일 (7월 19일 수요일) 개최될 예정인 “벤처투자 혹한기,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법” 포럼에서는 더 많은 창업가들과 투자자들의 열띤 토론, 그리고 변호사의 제언도 들으실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