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식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루시입니다. 따뜻한 봄이 온 것이 느껴져요. 로식가 여러분들도 봄 기운 가득한 한 주를 보내고 계시길 빌어요☺️

지난 주에는 루카가 한국의 스톡옵션과 RSU에 대한 레터를 보내드렸는데요. (#지난레터 복습하기).

이번 주는 미국 스톡옵션 소식이에요. 일론 머스크의 스톡옵션을 두고 미국 델라웨어 주가 떠들썩했던 것, 아시나요?

델라웨어 주는 '미국 법인의 고향'이라고 불리는데요. 2022년 기준, 미국의 Fortune 500 기업의 68.2%가 델라웨어 주에 법인을 설립했고 IPO의 79%가 델라웨어 주에 등록되었다*고 해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회사인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모두가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 주에 두고 있었죠.

*https://corp.delaware.gov/stats/

그런데 일론, 1월 말에 절대 델라웨어 주에 법인을 설립하지 말라는 트윗을 올립니다. 이후 비상장기업인 스페이스X의 법인 소재지를 텍사스 주로, 뉴럴링크는 네바다 주로 화끈하게 옮겨버렸어요. 테슬라의 경우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당장 옮기지는 못하지만, 법인 소재지를 옮기기 위해서 조만간 주주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일론이 왜 그랬던 걸까요? 바로 이 판결 때문이었어요. 루시와 함께 살펴볼게요.

📍오늘의 로스규이

[1] 일론 머스크, 74조 원을 잃다?

[2] 일론은 왜 패소했을까

[3] 테슬라가 한국 회사였다면

[4] 스톡옵션 취소, 어떻게 생각해?

[5] 루시의 한마디

판결내용에 앞서, 일론 머스크가 어떻게 74조 원의 스톡옵션을 받게 됐는지 정리해볼게요.

74조 원 스톡옵션의 시작

2018년 1월, 일론은 파격적인 성과 보상안, ‘CEO 퍼포먼스 어워드’를 제안해요. 10년간 총 12단계에 걸쳐 테슬라 시가총액, 매출 등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스톡옵션을 받는 것인데요. 월급은 한 푼도 없이 오로지 ‘목표 달성’시 ‘스톡옵션만’ 받는 구조예요. 당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590억달러 정도였는데요. CEO 퍼포먼스 어워드의 마지막 12단계는 시가총액 6500억달러, 매출 1750억달러, EBITDA 140억달러로, 달성하려면 테슬라의 주가를 11배 정도 올려야 하는 규모였어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실제로 3년만에 테슬라가 시가총액 6500억달러를 실제로 돌파했다는 점이에요. 결국 2022년 말에 일론은 최종 12단계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어요. 덕분에 일론은 최대 $58.8 billion 가치, 한화로는 74조 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손에 넣게 되었죠.

미국 개미의 반란

2018년, 테슬라의 소수주주 Richard J. Tornetta는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일론 머스크에 대한 엄청난 성과 보상안은 테슬라의 주주와 이해상충 관계에 있다는 주장인데요(Conflicted-controller transaction). 일론 머스크가 본인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했고, 그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CEO 퍼포먼스 어워드를 승인했다는 거예요. 주주 입장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게 되면 지분 가치가 희석되니, 반기기 어려웠겠죠.

2022년부터 2년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결과는 소수주주의 승리였어요. 2024년 1월 30일, 미국 델라웨어 주의 형평법 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은 일론에 대한 스톡옵션 보상패키지를 철회/취소(rescind)하는 판결을 내렸어요. 2018년 당시 테슬라 전체 지분의 22% 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일론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추가로 테슬라 지분을 확보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죠. 발끈한 일론은 🙅델라웨어 법원 미워🙅 트윗을 올린 다음 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고요.

우리나라는 주총결의 VS 델라웨어는 이사회 승인

지난 레터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에서 스톡옵션 부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에요. 반면 델라웨어 주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사회(the board of directors)가 스톡옵션 플랜을 승인한답니다. 그렇다면 일론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정말로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12단계의 CEO 퍼포먼스 어워드를 승인한 테슬라의 이사회가 일론과 깊은 관계에 있는지 파악해야 했어요.

테슬라 이사회 = 일론 절친 파티

델라웨어 주 법원은 테슬라의 이사회가 일론과 친밀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번 사건에서는 일론이 테슬라에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테슬라의 이사회에는 일론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곤 했던 20년지기 Antonio Gracias와, 일론의 전 이혼 변호사 Todd Maron이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Maron은 지난 재판에서는 머스크에 대한 존경심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어요. Maron은 "애정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저 일론이 행복했으면 했다(just want him to be happy as you would with anyone that you care about)"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해요.

참고로, 이번 판결문의 각주는 무려 939개에 달한답니다. 그 각주에는 주위 사람들의 얘기, 일론의 농담 등 시시콜콜한 디테일도 포함되어 있고요. 이메일 등 회사 업무에 관한 대화에서 지나친 농담은 금물이겠죠? 아무리 농담이었다고 하더라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입증에 실패한 일론

법정공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입증책임'이에요. 말그대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누가 입증할 책임을 지느냐는 것인데요.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쪽에서는 풍부한 증거를 통해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을 법원에 증명해내야 해요. 증명하지 못하면? 그쪽은 패소하고 상대방은 승소하게 되겠죠.

이번 판결에서도 일론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Compensation package)의 공정성을 누가 입증할 것인지, 입증책임이 중요한 화두였어요. 델라웨어 주 법은 소수주주의 과반수가 일론에 대한 보상 내용을 충분히 인지(fully informed)한 상태에서 이를 승인하였다면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넘어가도록 하고 있거든요. 즉 일론에 대한 스톡옵션은 부당해! 라고 주장했던 소수주주 리처드 토네타가 왜 부당한지를 하나하나 입증해야 하는 거예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입증책임은 피고인 일론이 부담하게 되었어요. 주요 이사들이 독립성을 상실한 이상, 주주들이 동의 과정에서 보상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거든요. 일론은 스톡옵션 부여 과정에서도, 스톡옵션 가액에 있어서도, 자신에 대한 보상이 완전히 공정하다는 점을 증명해내지 못했어요. 쓰라린 패배는 일론의 몫으로 돌아갔고요.

김일론씨에게 스톡옵션 부여는 불가능

만약 테슬라가 서울특별시 서초구.. 에 소재한 우리나라 회사였고, 대표 '김일론(金一論)'씨가 74조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받아갔다면 어땠을까요?

김일론씨가 이미 테슬라 전체 주식의 22%를 보유하고 있던 상태라면, 스톡옵션 자체를 부여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의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받을 수는 있지만,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는 스톡옵션을 받을 수 없거든요*. 우리나라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이 조항 때문에 스톡옵션을 받을 수 없는데요. 10% 이상 가진 주주가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상법 340조의2 제2항 제1호

이차득씨는 주총결의 무효확인소송 고려해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김일론씨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면, 그건 상법 위반에 해당해요. 우리나라 소수주주 이차득씨(李車得)가 이를 다투고 싶다면 주주총회 결의 무효확인소송*을 고려해볼 수 있을 거예요. 주주총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은 결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인데요.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표 김일론씨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결의 내용 자체가 법령 위반이니까요. 

*상법 380조

우리 로식가님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무법인 미션의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는데요.

스톡옵션 부여가 정당했는지는 스톡옵션 부여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해. 2018년으로 돌아가보자구. 테슬라 주가가 11배 이상 급증하고 매출이 8배 이상 성장한다? 말도 안 되는 목표처럼 보이지 않아?

그럼 이런 말도 안되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주주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내 주식의 주가가 11배가 된다는데 이걸 반대하는 주주가 있었겠어?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일론처럼 능력있는 CEO를 월급 없이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던 거잖아! 어떤 상황이더라도 주주와 테슬라에게는 이익인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일론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고 하니, 주가 폭등으로 인한 이익을 얻지 못한 몇몇 주주가 배가 아팠던 건 아닐까? 2018년부터 테슬라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주주였다면 일론에게 너무나 감사할 것 같은데!

그리고 회사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내린 의사결정을 판사가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이 옳은 일일까? 테슬라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불법과 부정을 결의한 것이 아닌 이상, 판사에게 회사의 결의를 뒤집을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이 있다고 보아도 되는 건지 의문이야. 아무튼 난 이번 판결에 심히 반대일세!!